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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와이프 is 빛좋은 개살구 (킹받는 블로그 명에 대한 해명)

가지소이 2023. 1. 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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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을줄로만 알았지...
피츠버그 온지....4월이면 벌써 2년이다. (쓰면서 소름 돋음..) 농담처럼 여기서 밥만 하다가겠다고 했는데
진짜 그럴듯하다.

블로그는 남는것도 없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공중에 그냥 사라지는것만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블로그 이름을 뭘로할까 하다가, 자꾸 부정적으로 내 삶을 바라보는것 같아 아주 많이 긍정적으로 일부러 반대로 지어본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생은 말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튼 처음엔 편하게 출근한 남편 기다리며 어메리칸 라이프(?)를 즐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코로나로 인하여 출근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한식파 이기에 삼시세끼 밥하는 거의 식모가 되어버렸다. 매일 그냥 눈떠서 아침먹고 좀 치우다가 점심차려서 먹고 치우고 빨래 좀 돌리고, 마트 후다닥 갔다오고 또 저녁하고 먹고 치우고 하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다. 내가 살림이 처음이라 더 심했을거라 생각된다.
지금은 좀 많이 편안해졌지만 처음엔 정말 매일 울고싶었다. 이깟 밥하는게 뭐라고 이렇게 힘든지...

누가....주재원 와이프들 팔자 좋다고 한건지. 그런 말도 안되는 환상은 어디서 나온건지 (동남아 국가나 메이드를 쓸수있으면 환경이면 좋으려나?) 팔자 좋기는 커녕...사실 심각하게 병원가봐야 하나 싶을정도로 난 우울했다. 밥한끼 해서 입으로 들어가기 까지 이렇게 힘든지, 정말 몰랐다. 특히..한인마트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식재료 자체가 구하기가 힘든 곳에서...는 더더욱.
예를 들면, 일단...제육볶음을 한다고 치면 한국은 뭐 사먹거나, 제육볶음용 고기를 사다가 하겠지만 여기서는 그들의 방식으로 잘려진 고기를 사와서 내가 일일이 다 손질을 하는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번 사오면 몇번 먹게끔 손질해서 얼려놓는데..한 한시간 고기썰다 보면 정말 백정이 된 기분이다. 그리고 한식의 기본적인 재료인 파 같은것도 잘 안팔아서 또 이거 구하러 다른마트 가야하고, 마트를 한군데만 다녀서 해결이 안되니 여기갔다 저기갔다 많이 돌아다녀야 하기도 한다. 그냥 거의 내손으로 정말 하나하나 다 해야만 먹고살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하면 된다. 매일 생활이 이런식으로 반복되고 직장다닐떄와 다르게 주말이 없는것이 가정주부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쳤다.
가끔 외식도 하긴하지만 음식도 그냥 그렇고, 차도 타고 좀 나가야 하니 항상 오늘은 외식! 했다가도 주저 앉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살림이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리고 미국중에서도 한인이 별로 없는 동네인점, 그리고 코로나 시츄에이션이 이런 상황을 더 힘들게 한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하지말라고 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았다. 성격인건지..어쨌든 나는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뭐라도 내역활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생각보다 하루세끼를 집에서 먹으면 참 할일이 많은데 메뉴는 뭘로할지 부터 그렇다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것인가 등등 이것저것 고려하면 보통 에너지가 소비되는게 아니다. 그리고..별거 안해도 정말 몇시간씩 걸리니 부엌에 하루에 몇시간씩 매일 서있는건 기본이다.
그러고 나면 사실 아무것도 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공부도 하고 싶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싶고...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싶은데 이놈의 밥에 나를 다 불태우는거 같아 허망함과 동시에 내가 이럴려고 그렇게 공부하고 열심히 산게 아닌데 등등 별별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 한참 이런 생각과 감정이 올라오는데, 남편이 밥을 먹고 ‘좀짠데?’ 혹은 고개를 갸웃하면…진짜................................뒷말은 생략하겠다.

어느 정도는 변명과 핑계일것이다. 하지만 나름 새로운 직종(?)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려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일을 하지 않는 동안 이 공백을 잘써야겠다는 강박관념도 나를 많이 괴롭혔다. 시간을 그냥 흘러보낸다는 생각에 매우 힘들었고, 뭔가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니 어떻게든 내몫을 하긴 해야하는데 잘못하고 어설프니 많이 좌절했던것 같다. 아니다 근본적으로 가사일을 내가 underestimate 해서가 문제인것 같기도 하다. 겨우 이깟 밥하는거, 집안일에 내가 나가 떨어지다니..하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의 일을 생각을 안할수가 없다. ㄷ쳐짐, 나이는 먹어가는데 경력은 짧아져 버렸다.
심지어, 한국에 있을때보다 한국말도 더 많이 쓰고....(한국인 둘이 집에만 있으니...) 물론 내가 나가서 수업도 듣고 더 노력하면 되는데 사실..언어는 절대적으로 많이 쓰는게 따봉인데 생각보다 어렵다.

지금은 그냥 많이 내려 놓은 상태인것 같다.
의미없는 시간들은 없으니까 말이다.

혹시나 주재원 와이프로의 이직(?)을 고민하시는 누군가가 보신다면..기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보다 훨씬 살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꼭 인지하고 이직하시길 바란다. 이래저래 남의 나라에 사는건 그렇게 만만치 않은일이다.
나도 타지살이 처음 하는건 아닌데 또 홀몸일때 그리고 젊었을때와 다르다. (예전에 홀몸일땐 날라다녔다.....)
더더군다나 우리는 자녀가 없지만...자녀까지 있으면(특히 미취학 아동) 자녀들 영어교육에는 좋겠지만 엄마는 가족을 위해 큰 희생을 해야한다. 나는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이런 부분이 힘들었다.
그리고 미리 하고싶은 목표를 가지고 오는것도 좋을듯 하다.
싱글일때 외국에서 살던거랑은 환경이 많이 다르다. 일단, 가족이 있다면 풀타임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쉬울것같다.
그리고 싱글일때 처럼 영어도 자연스럽게 훨씬 더 늘겠지 싶지만, 그때야 친구들도 다 어리고 하니 같이 어울려 놀 시간도 많고 가족과 함께 오는건 다르다. 나같은 경우는 여기 오기전에 뭐할지 가서 찾아보지뭐 하고 왔는데, 이 가정주부라는 잡이 처음이라 여기 적응한다고 정신을 못차린것 같다. 정신 좀 차리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있고 이젠 곧 돌아가야 한다. 사실 미리 생각했던것도 또 막상오면 다를수도 있긴하다.

저 블로그 이름 '팔자 좋은 주재원 와이프의 삶' 이랑 인스타에 사진만 보면 내가 매일 매일 얼마나 울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는지...상상도 못할것이다. (이래서... SNS는 다 구라다!!!)
우리 엄마가 그랬다. 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 그러니 주어진 것에 더 감사하고 힘을 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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